‘크런치롤은 AI를 쓰지 않는다’는 말은 어디까지를 뜻할까. 작품의 자막과 더빙을 만드는 일, 시청자에게 다음 작품을 추천하는 일은 같은 작업이 아니다. 대표의 인터뷰도 이 두 영역을 구분해서 읽어야 정확하다.
2026년 5월 인터뷰에서 밝힌 범위
라훌 푸리니 크런치롤 대표는 2026년 5월 23일 공개된 Radio Times 인터뷰에서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막과 더빙 등 자사의 창작 과정에 AI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작품 발견, 추천, 개인화 같은 서비스 경험에는 AI의 활용을 검토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모든 기술 영역에서 AI를 배제한다는 선언과 다르다. 또한 인터뷰의 방침 설명만으로 개별 언어·회차의 자막 제작 방식과 검수 이력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실제 제공된 버전과 장면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
애니 자막은 정보와 관계를 함께 옮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나 말끝 하나가 관계를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직함으로 부르던 상대를 이름으로 부른다면, 자막에서도 그 변화가 보이는지가 중요해진다. 모든 호칭을 똑같이 옮기면 문장 뜻은 맞아도 두 사람의 거리가 달라진 순간을 놓칠 수 있다.
농담도 마찬가지다. 단어를 정확히 옮겼는데 왜 상대가 웃거나 화내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면 장면의 기능은 전달되지 않은 셈일 수 있다. 반대로 익숙한 한국어 표현을 택했다고 모두 원작의 의미를 바꾼 것은 아니다. 앞뒤 반응과 인물의 말투가 이어지는지까지 봐야 한다.
이상한 자막을 만났을 때 남길 정보
- 작품명과 시즌·회차, 대략적인 재생 시각을 적는다.
- 선택한 자막 언어와 음성 언어를 함께 확인한다.
- 어느 표현 때문에 사건이나 인물 관계를 다르게 이해하게 됐는지 설명한다.
이렇게 남기면 ‘번역이 이상하다’는 인상보다 구체적인 확인과 신고가 가능해진다. 뜻밖의 표현 하나만 보고 제작 도구나 담당자의 의도를 추측할 필요도 줄어든다. 단순 오탈자, 호칭의 불일치, 내용 누락은 서로 다른 문제다.
사람이 했으니 무조건 정확하고 AI가 관여했으니 무조건 틀리다는 식으로 품질을 정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제작 방침을 약속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확인하고 고치는지는 서비스의 신뢰와 연결된다. 시청자가 요구할 기준은 기술 이름보다 장면의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는 자막이다.